- 주말엔 대구에 다녀왔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데, 우리가 간 레스토랑은 그 빌딩의 4층에 위치해 있었다. 애인은 스테이크를 먹다 말고 이 근처에 서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 옆이 바로 창가라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며 저기 교보문고 보이지? 라고 답했다. 우하하하. 난 대구에 많이 다녀와봤으니까 저기에 교보문고가 있다고 그 즉시 답할 수 있었던 것. 애인은 저녁을 다 먹고 시간이 된다면 서점에 들르자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다가 나는 황정은의 신간 때문에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니까, 황정은의 신작이 나왔다는 걸 친구와 얘기하는 중에 친구가 그 책이 있느냐 내게 물었고 나는 없다고 답한 것. 친구는 자신이 보내주겠다고 했고(친구의 남편은 무려 그 책의 편집인 ㅋㅋㅋㅋㅋ)나는 알겠다고, 받겠다고 했다. 다음날 택배가 왔는데 알라딘에서 온거다. 으응? 그 친구는 알라딘으로 보낼리가 없는데, 하고 택배박스의 이름을 보니 w 였다. 오. 오. 오.오.오. 나는 w 에게 뭘 이런걸 다 보냈느냐고 고맙다고 메세지를 띄운후에, 나에게 책을 보내준다고 전 날 말했던 N 에게 혹시 책을 보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N은 택배 포장만 마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는 내게 왜냐고 물었고, 나는 그 책을 방금 막, W 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N은 책 보내는 것도 이렇게 경쟁이 세서 어떡하냐고 투덜댔다. 하하하하하. 나는 그러니까 만약 N 과 W 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N 에게 말하지 않고 그냥 받으려고 했었다. 괜히 보내지 말라고 말하면 서운할까봐. 그러나 N 과 W 는 서로 아는 사이고, 또 우리는 같이 만나기도 하는터라, 어쩌면 언젠가 알게 될지도 모를 일. 그래서 미리 말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던거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황정은의 신간을 가지게 됐고, 이 일에 대해 웃으며 애인에게 말하자 애인이 내게 말했다.
서점 안 가도 돼요.
아앗, 설마 황정은 책 사주려고 가자고 한거에요?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라. 나는 깔깔 웃었다. 사람이 굼떠…더 잽싸게 주문했어야지 쯧쯧 ㅋㅋㅋㅋㅋ 시무룩해있는 애인에게 그렇다면 문학동네의 [노인과 바다]를 사달라고 말했다. 적립금 모이기 기다리려니 오래 걸릴것 같고, 영문판을 선착순으로 주는 이벤트 진행중이라니 지금 갖고 싶기도 하고 .. 하면서. 그래서 애인은 알았다고 말했는데, 그 뒤에 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에 다녀와보니 애인은 스맛폰을 만지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왔는데도 계속 만지고 있어서 뭐하냐고, 뭐하는데, 자꾸 말했다. 친구랑 카톡해? 라고 간섭질. 그러자 한참있다 스맛폰을 자리에 놓은 애인이 노인과 바다를 주문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걸 뭘 지금 주문하냐고 했더니
영문판 선착순이라면서요.
란다. 하하하하하하. 귀여워. (지금까지 애인자랑)
그리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애인의 스맛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택시의 번호도 봐두질 않았고 계산도 현금으로 한 터라 어떻게 알 수 있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벨소리로 해두었냐고 묻자 애인은 내리기전에 진동을 풀어두었었다고 대답했다. 나는 내 핸드폰으로 대구의 콜택시를 찾아내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혹시 습득하면 내게 전화해달라고 말해두었고, 다산콜센터에도 전화를 했다. 당연히 다산콜센터에서는 분실신고는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치, 그게 어떻게 되겠어. 알겠다고 답한뒤에 전화를 끊고, 몇차례 애인의 스맛폰에 전화를 해본뒤에 문자도 남겼다. 찾아주시면 사례하겠다고. 이게 그냥 핸드폰이면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 않을텐데 스맛폰이니 무시할수가 없는거다. 나는 애인에게 왜 잠궈두질 않았냐고 자꾸만 지청구를 늘어놓았다. 새로운 핸드폰을 사는 경제적 부담쯤이야 차치하고,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를 누군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뭐 남들이 보면 안되는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사적인 대화인데. 아 신경질나.. 그 자리에서 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아 일단 숙소로 돌아갔고, 숙소로 돌아가서 늦은 밤까지 우리는 서른 번도 넘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여기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기 위해 이걸 잃고 나서 일어날 나쁜 일에 대해 추측해봤다. 다른 핸드폰을 사는 건? 그쯤은 괜찮다. 오히려 더 잘터지는 스맛폰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 안에 들어가있는 정보는? 별 거 없다. 우리가 나눈 대화를 누군가 보는것은? 그래도 우리가 별 대화를 나눈 건 아니니까 괜찮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가 이것에 신경을 쏟는 건 그만하자,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이 망쳐지면 안된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서로 말만 그렇게 했지 내심 걱정하고 있었던거다. 내내 치니님의 남자친구가 아이폰을 분실했다는 포스팅이 생각나고 ㅠㅠ
내 핸드폰의 밧데리가 거의 다 되어가길래, 혹시라도 자는 중에 꺼질까봐 나는 핸드폰 밧데리를 새로 갈아끼웠다. 그리고 새벽 두시!
내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에는 애인의 이름이 떴다.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아보니 택시기사분은 스맛폰을 받는 방법을 몰라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거라고 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각은 저녁 여덟시가 안되어 있었고, 전화가 온 시간은 새벽 두시였다. 나는 내일 오전에 기사님께 만날 수 있냐 물었고 기사님은 야간조이기 때문에 오전엔 잠을 잘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기사님 계신 곳에 가려니 차라리 기사님이 오시는 것이 빠를 터. 기사님 그럼 지금 뵐 수 있냐고, 여기는 재이스호텔 근처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스맛폰을 이용할 수 없는 기사님이라서 기사님의 핸펀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기사님은 번호를 불러주셨고 우리는 받아 적었다. 이 일은 정말 잘한 짓이었는데, 핸드폰을 찾았을 때 스맛폰의 밧데리는 겨우 2프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님의 연락처를 받아두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뒤의 통화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두시 이십분에 재이스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후다닥 숙소를 나섰다. 사례금을 드려야 하는데 내 지갑엔 19,000원이 있고 애인 지갑엔 5,000원이 있었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돈을 좀 찾고, 기사님을 만나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한 뒤에 만원짜리 지폐 몇장을 사례비로 드렸다. 애인은 “그정도면 될까요?” 라고 물었고, 기사님은 네, 괜찮습니다, 라고 말씀하신 뒤 운전해 가셨다. 밧데리가 2프로 남은거 보고 우리는 완전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라고 거듭거듭 말하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찾을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고, 신경쓰지 말자고 서로 말해놓고서도 사실은 둘 다 신경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아, 정말 다행이야, 라고 중얼거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때야 비로소 내가
이 남자와 낯선 도시를 새벽 두시에 걷고 있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일요일에 집에 와서 샤워를 하려는데 앞집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접시의 반은 훈제 오리를 접시의 반은 부추무침을 담아 가져오신 것. 남동생과 엄마와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부추무침의 맛이 끝내줬던 것. 나는 엄마에게 왜 엄마는 이렇게 하지 못하냐며 저 아줌마한테 가서 배워오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 접시 우리 접시라며, 어제 저 집에 부침개와 만두를 갖다 줬더니 빈접시로 돌려주지 않고 이걸 담아서 준거라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오, 잘했네, 라고 했는데 남동생은 ‘그러니까 엄마가 접시를 주니까 그 접시를 이렇게 돌려준거야?’ 라고 하는거다. 엄마는 그렇다고 답했는데, 그러자 남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다음부턴 엄마가 저 집에 두 접시를 갖다 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랑 나랑 완전 오리 먹다 빵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라면을 끓여 먹고 싶어서 씽크대 앞에서 갈등하고 있는데 설거지 거리가 눈에 띄었다. 하지말까 할까 막 갈등하다가 그래, 하자, 싶어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남동생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다시 나왔던 차에 나를 보고서는 오, 왜 먹지는 않고 설거지를 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설거지 하는 내 옆에 서서 계속 깐죽거리는거다. 난 너무 웃겨가지고 계속 웃었는데 엄마가 그걸 보고 웃으며
쟤가 어제 하루 너 없었을 때 얼마나 저러고 싶었겠냐. 어떻게 참았나 몰라.
하시는거다. 아 너무 웃겨. 그래서 나는 그러게나 말이야, 설거지 하는데 옆에 철썩 달라붙어서 뭐하는거야, 라고 했다. 아 너무 웃겨.
그리고 라면 끓여 먹고 싶은걸 참고 너무 졸려서 잤다. 저녁 일곱 시였다. 다시 깨니 자정을 좀 넘긴 시간. 하하하하하하하하. 라면 먹고 싶었는데, 차마 자정에 끓여먹을 수는 없잖아? 나가서 물을 마시는데 남동생이 마침 거실에 있었다. 그리고 내게 책을 다 읽었다고 말했다. 내가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이었다. 그래서 어때? 했더니 좋다고 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아 어떤 의미의 좋다인지 모르지만 조금 짐작은 가능한 터, 얼마전에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었던 남동생에게 둘 중에 어떤게 더 좋았느냐고 물었다. 남동생은 [두근두근 내인생]을 다 읽고서는 울컥했다고 말했던 바 있다. 어쨌든 남동생은
이 책(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이 좀 더 좋은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나는 갑자기 남동생에 대한 사랑이 폭발할 지경이 되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방으로 자러 들어갔고, ‘낸시 휴스턴’의 [여섯 살]을 조금 더 읽다가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 슬리핑 선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