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방문해 그들의 글을 읽다보면 참 잘 쓴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때가 있다. 난 다시 태어나도 이런 표현은 못할거야, 이런 문장은 나는 구사하지 못할거야, 이런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건 아니지 등등.
그들중 나이가 유독 어린 사람이라도 있다면, 아 이 사람은 글 쓰는 데 재능을 타고났구나, 싶기도 하다. 어릴때부터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하면서. 준천재인가,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나는 이렇게 못 쓰는데, 하면서.
그런데 알라딘의 내 블로그에는 방문객이 많다. 처음 내가 알라딘에 블로그를 개설할 때는 내 블로그에 사람들이 올 거라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그래서 즐겨찾는 수가 열명이 넘어갔을 때, 어이쿠 이걸 어쩌나, 막 벅차고 두려웠던 기억도 난다. 사십명이 되면 탈퇴하자, 사십면이 되면 블로그를 은퇴하는거야, 이런 생각을 했고, 그 당시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에게도 이런 말을 했었다. 사십명 되면 은퇴할거라고.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은퇴하겠다고 말한 즐찾수의 열배가 넘어버리고 말았다. 언제 어느틈에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사람들의 왜 내 글을 읽을까, 이고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게 된걸까, 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글을 쓰는데는 재능이 없고 또 글을 잘 쓰기 위한 훈련을 받은것도 아닌데. 간혹 사람들이 내게 성실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아주 싫었다. 성실하다는 건, 재능이 없다는 뜻이 생생한 증거인 것 같았다. 가진게 성실뿐이니 죽어라 노력한다는 것 같았고, 내가 원하는 건 타고난 재능이었기 때문에, 성실하다는 건 내가 원하는 것과 아주아주 거리가 멀었다. 말하는 사람은 선의로 말했을지언정, 나는 성실하다는 말을 듣는게 어마어마하게 싫었다. 제발 그 말만은 내게 해주지 않기를 바랐다. 나한테 성실하다고 하지마, 제발. 그 말 듣기 싫다고. 가진게 그것 뿐이라는 것 같아 진짜 끔찍하다고. 성실하다는 말은 나한테 ‘너는 재능이 없구나’ 라고 확인사살 시키는 말 같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이런 내 생각이 좀 변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사람들은 블로그를 하다 트위터로 옮겨가고 또 재미있게 하다가 그만두고는 했다. 알라딘에 있으면서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들고나고는 했고, 열심히 글을 쓰다가 잠수를 타는 사람들도 허다했다. 그런데 나는 그대로였다. 계속 읽고 썼고 읽고 썼다. 계속 그자리에 있었다. 친한사람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사람들이 둥지틀 틀어도 나는 계속 거기 있으면서 하던대로 했다. 나는 그야말로 성실했다. 성실함의 생생한 증거였다. 아, 나 성실하구나. 갑자기 머리를 탁- 치는것 같았다. 나..성실하네?
이건 분명 다른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는 일인것 같았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쓰다 질리고 혹은 지치고 귀찮아지고 옮기고 마음이 변하거나 하는데, 나는 계속 하던대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하지 못하는데, 나는 하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재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성실하다는 말이, 어쩌면 재능일 수 있었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재능이 비록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나타난 건 아니지만, 타고 나는건 내가 어쩔 수 없는거니까, 내가 성실함을 타고났다면, 그것을 그저 내 재능으로 인정하고 계속 살려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그러니까 나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성실하다는 말을 듣는것도 싫고, 성실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끔찍했는데, 이제는 성실함을 무기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타고난 문장력을 구사하는 대신, 타고난 이야기꾼이 되는 대신, 나는 타고난 성실함을 가진 게 아닐까. 만약 내게 내 재능으로 인해 좋은일이 생긴다면, 행운이 온다면, 그건 다른 무엇보다 성실함 때문일 것이다.
성실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던 건, 나는 천재들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게 너무 싫었나보다. 뭐 어쨌든 이제는 내가 성실하다는 걸 알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마치 나에게 타고난 다른 재능이 없다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예전에 재능이 없음을 탓하던 내게 한 알라디너가 댓글을 남겨줬었다. 성실함이야말로 재능이라고. 그 때는 그 말이 나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가끔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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