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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을 잊지 말아야지.

지난 토요일에 MBTI 검사를 받았고, 나는 ESFP 라는 진단을 받았다. ESFP를 특징하는 단어들, 이를테면 사교성이라든가 쾌활함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나를 무척 잘 설명하는, 내게 맞는 단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단어들이 내게 잘 맞는다는 게 싫었다. 나도I 님처럼 ‘체계적’ 이런거 갖고 싶었는데.. -_-

어쨌든 나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듣고 있노라니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S 가 떠올랐다. 그사람의 오지랖 넓음을 나는 그토록이나 끔찍하게 여기는데, 내 성격이 그 사람과 닮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너 S 의 오지랖을 닮았어’ 라는 말을 들었던터라 뭔가 신경이 곤두 서 있는 느낌이랄까. 정말 닮은걸까, 내가 그토록 그 사람을 싫어했던 까닭은 내가 닮아서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싫어해서 싫은 점을 닮아 버렸나..하는 생각까지. 여튼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숨막히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진단을 받으면서 그 생각이 아니나다를까 떠올라, 모임의 사람들에게 나 S를 닮은걸까, 하고 걱정을 했더니 그들 모두가 무슨 소리하냐며 아니라고 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S가 가진건 정의롭다고 본인이 스스로를 판단하는 데서 오는 오지랖이고, 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거라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게 오지랖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어서 처음 듣고서도 조금 시큰둥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하고. 그런데 생각을 계속 하고 또 거듭 생각하다보니, 아, 그건 오지랖과는 다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과 오지랖은 다르다는 생각을, 이제는 나도 한다.

 

각자의 성향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와중에, 이 검사를 해준 N 은 내게 자신과의 차이를 말해주었다. 자신은 모임 사람들이 즐거운 이유가 N 자신 때문이기를 바라는데, 나는 모임 사람들이 즐거운 이유가 그들 각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 말이야말로 나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그들을 재미있게 해서 그들이 즐거운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이 스스로 어떤 때 즐거운 지를 찾고, 알고,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니까. 늘 그런 얘기를 하니까.

 

며칠전에도 회사 동료 K 대리가 술을 마시자 청해왔다. 일전에 술을 마시면서 내가 해주었던 얘기들이 자꾸 생각이 난다고, 혼자 있을 때 자꾸 떠올라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애인 때문에 힘든 B 를 데려올테니 그 때 들려줬던 얘기들을 다시 들려달라고 했다. 그들과 대화했던 생각도 나면서 N의 저 분석은 정확했다고 다시 생각했다.

 

 

오늘 새벽엔 꿈을 꿨다. 사실 프라이빗해서 적지 않으려다가 잊지 않기 위해서 적어두어야 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꿈에 친구1과 애인(이 꿈에는 있었다)과 함께 미국엘 갔다. 일정은 5박이라 빠듯해서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자1을 만나게 됐다. 남자 1은 평소에 내가 흠모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는 다른 곳을 여행하다 뉴욕엘 왔고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거였다. 그에게는 중국인 애인이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그들이 한 침대 위에 누워서 잠든 장면을, 남자1이 중국인 미녀 애인에게 약간 쌀쌀맞게 대하는 모습들을 다 볼 수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그를 무척이나 원했는데, 그에겐 중국인 애인이 있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뉴욕에서 맞닥뜨린건데, 무슨 일인지 일본 사무라이들인지 뭔지 여튼 칼을 든 무사들이 그를 죽이려고 모여든거다. 네 명의 남자들이 그에게 긴 칼을 휘두르고, 어쩐일인지 그의 부모님들도 그 옆에 있다가 저걸 어째 저걸 어째 발을 동동 구르는데, 오, 남자1은 내 생각과 다르게 아주 민첩하게 그 칼을 잘도 피하는거다.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허리를 완전 유연하게 구부려서 그 칼들을 모두 피하는데, 그가 피하는 건 한계가 있을터라, 에라 내가 막아주자 하고 생각했다. 저들이 남자1을 왜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과 원한이 없고 그들 역시 민간인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두 눈 질끈 감고 쓰러진 남자1의 앞에 두 팔을 벌려 섰다.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던 무사1은 차마 더 다가오지 못하고 멈췄고, 그걸 본 주변 사람들이 남자1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섰다. 그러자 무사들은 더이상 접근하지 못한 채로 사라지고 말았고, 남자1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그를 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에 뿌듯했고, 가슴속에 나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막 불끈불끈했다. 남자1은 나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나에 대해 뭔가 새록새록 열정이 생긴 듯했고. 그래서 자연스레 우리는 둘이 나란히 손잡고 암수 서로 정다웁게 찰싹 달라붙어서 뉴욕의 거리를 걸었다. 그가 돈을 찾아야 한다고 했고, 나는 뉴욕에 와 본 적이 있어서 돈 뽑는 곳을 알려줄 수 있다며 어느 마트 안의 현금지급기 앞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내 친구1과 애인이 보였다. 그들은 계속 나를 따라 다니고 있었고, 나는 내가 그들과 함께 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거다. 남자1에 취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애인이 불편했다. 미안한 감정이 생기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애인에 대한 미안한 감정보다 남자1에 대한 사랑이 훨씬 커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어차피 뉴욕에서 1박 하기로 한 거, 호텔의 방 두 개를 잡아 나는 남자1과 들어갈거라고 생각했다. 애인은 친구1과 자라고 해야지, 하고.

 

그렇게 걷다가 호텔이 나왔고, 아우 저기 있는 애인 불편해, 하는데 친구1이 호텔에 들어갔다 와서는 숙소 예약을 끝냈다고 했다. 오 수고했다며 들어가려고 하면서 방은 두 개 잡았지? 하는데 친구1이 하나만 잡았다는 거다. 어? 늬들은 안묵어? 라고 물으니, 남자1만 묵을 방이라는 거다. 헐. 이게 뭐야. 나는? 그랬더니 친구1은 자기들과 함께 계속 여행을 가야 한다는 거다. 무슨소리야, 우리 오늘 뉴욕에서 1박 하기로 했잖아, 하니 계획을 바꿨다고, 우린 계속 떠나자는 거다. 친구1은 내가 애인을 두고 남자1에 정신이 팔려 있는게 몹시 짜증났던거다. 난 이 모든게 애인 때문인 것 같아 너무 짜증이났다. 남자1과 묵을 수 있었는데!! 그런데 더 속상한 건 남자1이 아쉬워하지도 않고 방 잡아 줘서 고맙다고 잘들 가라고 말하는거다. 쌍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그런 와중에 갑자기 개 한마리와 여동생이 등장했고, 나는 여동생한테 애인을 애인이라 소개시키면서 짜증이 났다. 남자1을 소개해야 되는데 아 짜증나. 왜 저인간은 저렇게 묵묵히 조용히 따라다니기만 하는거야…

 

암튼 이러다 깼다. 짜증낸 느낌보다 행복한 느낌이 더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남자1이 중국인 애인에게 쌀쌀맞고 이기적이게 굴던 모습, 우리 둘이 암수 서로 정다웁게 걸었던 모습 같은 것들. 오늘 밤에는 2편 꾸고 싶다. 친구1과 애인에게 이쯤에서 따로 여행하자고 말하고 남자1의 방문을 노크하는 꿈. 아자.

 

 

 

못난 감정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전부 다 자기 고집이 있고 또 그 고집이 세다. 고집 세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싶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그 고집이 특히 더 세다. 게다가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 때도 더러 있다. 가끔 그런 아빠의 성격이 진저리나게 싫은데, 나한테서도 그런 걸 보는 것 같아서다. 게다가 엉뚱한 오해는 어찌나 하늘을 찌르는지.

 

토요일 밤. 고기와 토마토를 구워 술을 마시며 즐거운 저녁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엄마는 칫솔을 삶아야 겠다고 욕실로 가 칫솔들을 꺼내왔다. 우리 식구는 넷인데 대체 왜 언제나 이렇게 칫솔이 넘처냐는 거냐, 너의 칫솔은 무엇이고 너의 칫솔은 무엇이냐, 라고 우리 모두에게 물었고 우리는 하나씩 자신의 칫솔을 집어냈다. 그래 그럼 이거 네 개만 남기고 나머진 버려야겠다, 대체 이게 어디서 생긴걸까, 얘기하며 우리는 왜 번번이 칫솔 삶을 때마다 이렇게 정리하는데도 왜 그때마다 이렇게 늘 정리할 칫솔이 많은걸까 의아해했다. 여튼 엄마는 나머지 칫솔을 치우고 식구들의 칫솔만 욕실에 꽂아두고 다시 나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내일 삶아야겠다, 하시면서.

 

잠시후 욕실에 들어간 아빠는 화를 내셨다. 술을 드시지 않으니 우리보다 일찍 자리를 떠서 거실 소파에서 티브이를 보시다가 양치를 하러 욕실을 들어가신건데, 칫솔을 꽂기 위해 벽에 붙여둔 칫솔꽂이에 칫솔이 세 개가 꽂혀있고, 아빠의 칫솔은 세면대 위에 둔 칫솔꽂이에 들어있었다는 것. 엄마와 남동생과 나는 그게 왜 화를 낼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아빠는 ‘집에는 서열이란 게 있는거’ 라며, 엄마가 그 서열을 무시하고 아빠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는 거다.

 

헐……………………….

 

 

완전 어처구니….

 

엄마는 그게 아빠 칫솔인지 몰랐다고 하셨고, 아빠는 방금 내가 내 칫솔 뭐라고 말해주지 않았냐고 하셨다. 그랬는데도 아빠 칫솔만 위에 걸리지 않은채 그 밑에 있는 칫솔 꽂이에 들어있다는 건 본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거다. 나는 이 억지에 너무나 답답해서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우리 칫솔이 뭔지 다 알아?

 

내가 묻는 말에 아빠는 내가 늬들 칫솔이 뭔지 어떻게 알아! 하며 더 버럭하셨다. 아빠는 모르는데 왜 엄마가 아빠 칫솔을 알아야 해? 그러자 아빠는 ‘나는 방금 엄마한테 칫솔 집어줬잖아!’ 하시며 엄청 소리를 지르시는거다.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나는 되받아쳤고, 나 역시 옆자리에 있었고 그걸 보았지만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빠는 ‘아니야 니네 엄마는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라고 하는거다. 엄마는 벽에 걸린 칫솔꽂이에 칫솔을 다섯개 꽂을 자리가 충분히 되지만, 바싹 붙이는 것 보다는 공간을 떨어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세 개를 걸어두셨고, 세면대에도 칫솔꽂이가 있으니 하나는 거기에 무심히 꽂아두신 거라 했다. 그게 아빠 칫솔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고, 그게 서열을 의미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하셨다. 나는 당연히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아빠는 그 말은 들으려고도 안하고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난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다. 옆에서 엄마 대신 소리를 빽빽 지르며 아빠한테 대들었지만 내 말 역시 아빠한테 먹히기보다는 아빠를 무시하는 엄마의 편을 들은걸로 여겨지는 듯했다. 술 잘 마시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남동생과 나와 엄마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이없어 웃다가 또다시 어처구니 없어하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내 나는 이것이 아빠의 컴플렉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자격지심.

 

경비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아빠의 자격지심인 것 같다는 생각. 아, 진짜 끔찍했다. 칫솔에 서열이 있다니, 걸어둔 위치가 서열을 나타낸다니. 무시하려고 칫솔을 밑에 두었다니..너무 이해가 안돼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이걸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에겐 이 일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만약 내가 아빠와 같은 처지라면, 그러면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까? 내가 백수라면 이 칫솔이 서열을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라는 답이 나왔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작 한 달 넘은 시간을 집에서 있었을 뿐이지만, 사실 우리 식구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숨기지도 않아서 간혹 우리는 아빠에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라든가, 취미를 가져보라든가 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도 않아 술 친구가 없는 아빠는 외출할 일이 등산 말고는 없는데, 등산을 자주 다닌다해도 등산 외의 시간은 실상 집에서 텔레비젼과 벗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저 텔레비젼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예뻐보이질 않으니. 만약 주말에 텔레비젼 앞에 있는거라면, 그것이 지긋지긋해 보이지는 않을텐데. 혹여 우리가 아빠를 가끔 만나는 거라면 만나는 시간이 소중할텐데. 언제나 눈을 돌리면 소파에 아빠가 있다는 게 답답하게 여겨진다. 아빠가 경비 일을 할 때는 그 일이 너무나 안타까워 매번 속상해했으면서도.

 

 

마침 술을 마시며 엄마는 내 결혼에 대해 얘기하셨더랬다. 나는 아빠와 소리치고 싸우고난 뒤에, 엄마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보인 뒤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이런 결혼을 나한테 하란 거야? 난 엄마 보면 더 하기 싫어.

 

그러자 엄마는 ‘행복할 때가 더 많다’고 하셨고, 나도 엄마의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런 순간들을 참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또한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난하고 능력 없고 배운 것 없는 남자가 싫은건, 가난하고 능력 없고 배운 게 없어서가 아니라, 가난하고 능력 없고 배운 게 없다는 데서 오는 자격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못난다고 생각하고 당당하지 못하면, 상대 역시 그 사람을 잘났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난 정말이지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싫다. 차라리 혼자인 게 낫지. 가끔가다 욱- 해서 못난 기질을 드러내는 게 인간임을 너무나 잘 알지만, 나 역시 그런 사람에 불과하지만, 나는 나 추스르는 것 만으로도 버겁다. 못난 감정 줄줄 흘리고 다니는 사람을 추스르는 데 내 에너지를 쏟고 싶진 않다. 어휴, 지쳐.

여름의 끝

여름의 끝

-박연준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이게 왜, 어디가 어렵다는거지?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린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중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너무 좋아서 메모를 해두었고, 그렇게 몇 명의 사람들에게 문자메세지로 전달을 했다. 내게 돌아오는 반응들은 시원치않았는데, 다들 ‘심오한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어렵다’ 라고 하는거다. 나는 다시 읽어 보았다. 이게..어려운가?

 

물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읽는 것도 내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까. 그렇지만..저 문장은…….어디에서 어렵다는걸까? 일상을 살다 사랑에 빠지면 공중에 뜨는 느낌, 그러나 그 상태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게..왜 어려울까? 너무나 은유적이었나? 너무나 비유적이었나? 여튼 어렵다는 반응에 나 살짝 멘붕왔다..

단단해졌다

새로운 막내와 일하는 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나는 이미 이 회사를 오래 다닌 데다가 과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고, 신입사원은 직장 생활 자체가 처음이고 나랑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터라, 내가 함께 일을 하는 게 여간 수월한 게 아니다. 아직은 가르쳐야 할 게 많지만, 무슨 말이든 내 말을 들으려고 하고 나에게 물어보는 게 참 좋아, 나는 그녀에게 일을 지시하는 데 있어서 아주 편해진 거다. 그러면서 간혹 ‘내가 사실은 권력을 즐기는 인간 유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여튼 이 상황이 나는 아주 편안하다.

게다가 내가 혼자 일해서 힘들었던 그 몇 개월의 시간은 결과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엔 정말 미칠듯이 괴롭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지금 걱정이나 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좀 덜해졌달까. 기존의 나는 막내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신경이 온통 ‘내가 혼자 있다’는 것에 쏠려 있는 것이었다. ‘만약  보쓰가 내가 알지 못하는 걸 묻거나 지시하면 어떡하지?’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랄까.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강제적으로 떠안은 채 어쨌든 혼자 일하는 시간을 겪어보고나니, 이제는 신입이 자리를 비워 내가 혼자가 되도 뭐 그러든지 말든지, 하게 되어버린거다. 혼자서 몇 개월도 있었는데, 잠시잠깐이 대수랴. 결국 그 시간은 나를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지나간 지금에서는 결과적으로 나에게 나았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여전히 그 시간을 보낸다면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작년 말에 사주를 봤을 때, 내가 이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므로 차라리 이 일을 좀 더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더랬다. 공부를 하든가 뭘 해서 이 일을 더 잘하는 건 어떻겠냐고. 그 때 당시에 듣는 그 말은 끔찍했는데, 이 시간을 거치고나니 그 때 그 말이 생각난다. 이러려고 그 말을 들었구나, 하고. 결과적으로 사주봤을 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이 일에 대해서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됐으니까.

 

지난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늦게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단 소식에 우리집에 와있던 제부가 회를 뜨러 나갔다 왔다. 광어회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다가 신입하고 문자를 주고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 와중에 나는 ‘아휴 예뻐 죽겠어’ 하고 내뱉었다. 엄마는 무슨 일이냐 물으셨고, 나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이래이래서 아주 이뻐, 라고 말을 했더랬다.

 

그런데 며칠전에 제부로부터 스벅 기프티콘이 세 차례 연속으로 왔다. 다 다른 음료인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제부는 그냥 주는거란다. 여동생에게 물으니 내가 대전에서부터 빵을 사온 게 고마워서, 그 빵을 여동생이 맛있게 잘 먹는 게 너무 고마워서 보내주는 거라고 한다. 하하, 그런거였어? 하고 신났는데, 제부는 내게 이런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다.

 

예쁘다는 직원하고 같이 마셔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예쁘다는 직원하고 같이 마시진 않겠지만 -0-, 여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빵 사온만큼 나한테 커피로 다 보답하네. 게다가 그 빵, 제부는 먹지도 못했는데, 여동생이 다 먹어서 ㅋㅋㅋㅋㅋ

 

암튼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도처에 썸 투성이다

최근에 내 주변에는 썸을 타는 사람들이 제법 여럿이다.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는데, 그들 모두 저마다의 썸에 대해 얘기를 하는걸 듣노라면, 아아 역시 연애란 썸탈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싶다. 썸 타는 동안은 초조하거나 고통일지도 모르지만, 돌아보면 그 시기가 가장 아름다울 것이니.

며칠전에는 헬쓰장에 가서 런닝 머신위에서 걷는데, 옆의 런닝머신 위에는 썸을 타는 듯한 남녀가 있었다. 여자는 운동을 막 시작한 단계고 남자는 그 여자에게 운동을 알려주는 트레이너였는데, 이들은 트레이너대 고객으로 만난게 아니라 이미 어딘가에서 아는 사이인데 네가 나의 트레이너가 되어주련? 한 관계인걸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자리의 나는 그들의 대화를 너무나 또렷이 다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대화들 틈틈이 오호라, 썸타는구나, 싶었던거다. 그러니까 남자쪽을 향해 나는, 중간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거다.

너 이노므자식, 그렇게 해놓고 만약 여자가 고백했는데 ‘미안해 난 그런 감정이 아니었어’ 라고 하면, 넌 진짜 개새끼다.

 

남자는 여자를 누나라고 불렀고 존대를 했다. 예를 들자면, 누나 오늘 물 얼마나 마셨어요? 밤에 잠은 잘 자요? 여자는 남자에게 반말을 했는데, 아침엔 커피 많이 마셔 물은 안마셔 커피로 마셔도 돼? 추측하건데 교회에서 만난 게 아닐까 싶은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대화를 듣다가 내가 추측한거고, 여튼 트레이너인지라 적당히 몸 좋은 남자가 여자에게 존대하며 속살거리는 게 퍽 다정하게 느껴졌다. 옆에서 자꾸 내가 다 피식피식 웃음이 났달까. 그러면서 은근 썸이 부러웠던걸지도 모르겠다. 그날 밤에 집에 돌아와 자다가 꿈을 꾸었으니.

 

꿈에 나는 맙소사, 보쓰 아들의 과외선생이었다. 그것두 무려 수학 과외선생! 보쓰의 아들은 인문계 출신이라 문과대학에서 공부중이었는데, 집에서 반드시 가업인 병원을 이어가야 하므로 수학과 과학 공부를 시작했던 것. 나는 그의 수학을 봐주었던 거다. 꿈속에서도 봐주면서 그가 풀어내는 걸 이해 못해서 저게 뭐냐…하면서 보고 있는데 마침 우리가 공부하던 중에 보쓰가 들어와 내 아들이 공부를 잘하느냐, 내게 물었다. 나는 네 신기해요, 수학 문제 되게 잘 풀어요, 라는 과외선생답지 않은 답을 했고 이 말에 보쓰는 만족하며 자리를 떠났다. 보쓰가 나가자마자 그의 아들은 내게 수학 공부 하기 싫다고,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가업을 잇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와 나는 썸을 타는 사이었는데, 이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지켜져야 한다고 나는 꿈속에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와 썸타는 사이임이 드러난다면 과외고 뭐고 당장 때려쳐야 할거고,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의 모든 가족들이 나와 그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뭐든 할거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속으로 계속 나에게 말했다. 보쓰의 아들은 안돼, 썸타지마, 그러지마, 라고.

 

그리고 엊그제였나, 나를 포함한 여자 네 명이 술을 마시던 자리에서 썸 얘기가 나왔다. 나는 썸타는 시간이 제일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나는 썸만 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다 애인이 되면 곧 질리고 지긋지긋해지지 않아? 다른 남자한테 눈돌아가고? 그러자 그 중의 두 명이 동시에 말했다. 자기들은 연애과정을 통틀어 썸타는 시간이 제일 싫다고. 그 뭣도 아닌, 확실치 않은 관계가 싫다고. 아니든 애인이 되든 뭔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끄덕끄덕, 나는 그들의 말을 이해했다.

가슴과 멘탈

– 어제 출근하려는데 신발을 신는 나를 보던 남동생이 나더러 빅가슴이라고 놀렸다. 그러고는 최근에 렛미인에 빅가슴으로 고통받는 여자가 나왔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난 뭐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진 않은데?’ 라고 답했는데 그러자 남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진짜 멘탈 강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어제 저 말 듣고 어찌나 빵터졌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타미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타미의 약봉투를 표시하기 위해 여동생은 Tom 이라고 쓴다고 한다. 병원에서 간호사들도 뭔가 탐희 거라고 표시하기 위해 Tom 으로 쓰는 일이 간혹 있었는데, 엊그제는 타미가 여동생에게 ‘엄마, 타미 타미 이름쓸 줄 알아’ 라고 하면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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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고 외워서 그린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트위터

나야 뭐 팔로워 수가 많지도 않은 변방의 트위터리안 이지만, 트윗이란 게 참 그렇다. 블로그로 호감을 가진 사람을 비호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매체. 아무래도 즉각적이다보니 그 사람의 순간의 감정이 더 잘드러나게 되고, 그렇다보니 그 감정이 내 감정과는 삐걱거리는 걸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거다. 아, 이 사람은 참 호감이었는데 트윗을 보니….안습이다. 그러나 블로그로 별 호감 없었던 사람이 반대로 호감의 경우로 돌아서는 경우도 생긴다. 뭐,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지.

 

좀전에 친구와 트윗에 대해 얘기하다가 나의 팔로워가 자꾸 t 의 트윗을 리튓하는데, 난 그 t 가 너무 싫다 고 했다. 또 다른 팔로워들이 가끔 리튓하는 ㅁㄴ도 싫다고. 둘 다 너무 싫은데, 그들의 트윗은 보기도 싫은데 나의 팔로워들이 자꾸 리튓을 해서 돌아버리겠다고. 그런데 나와 얘기한 친구도 와! 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t 랑 ㅁㄴ 를 싫어하는 거다. 예전에 노가리모임 친구중 한 명도 ㅁㄴ가 싫다고 했는데 오늘 얘기한 친구도 ㅁㄴ랑 친한 사람도 다 싫다고 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리는 이래서 친구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여튼 t 랑 ㅁㄴ 싫어 ㅠㅠ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이해와 짜증

나는 쇼핑하는 데 큰 에너지를 쏟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 딱딱 사는 스타일이라서 쇼핑에 있어서 크게 불편하다거나 컴플레인을 걸 일이 없다. 오히려 인터넷 쇼핑 하면서 컴플레인을 자주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엄한데 힘빼는구나 싶어지지 좀 심드렁하달까. 그건 아마도 나에겐 별로 불만이 쌓일 일이 없었기 때문인 것도 같고, 사소한 거에 그다지 불만을 갖지 않는 무심한 스타일이어서 그런것도 같다. 여튼 내가 하고자 하는말은 이게 아니고.

요즘 A 에서 택배를 시키면 제 때 배송되는 일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읽는 책들이라야 뭐 공부하려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올 필요도 없는 것들이니, 택배 물량이 많은가보다, 하고 넘기고 있는데,

오늘 A 게시판에서 ‘늦어지면 택배사에서 알아서 먼저 전화를 준다’고 하는 H의 글을 보니..와- 엄청 화딱지가 나는거다.

그렇다면 역시 엄청나게 갑질을 해대야만 고객대접을 ‘신경써서’ 받는거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똑같은 일이 닥쳐도 가만 있으면 그저 그런대로 두는거고, 그간 엄청 컴플레인을 걸어온 거라면 신경써서 해주는거란 말인가.

 

사실 이것은 거래에 있어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나만 해도, 지금 내가 관리하는 법인에 돈 달라는 업체가 여러군데일 경우, 가장 지랄맞게 돈 달라고 항의하는 데에 신경써서 먼저 돈을 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며칠전에 여러업체에 결재해줄 일이 있었는데, 내부사정상 결재가 늦어졌고, 그러다 결재일이 되었을 때 몇 군데 업체만 먼저 지불해야 할 일이 벌어진거다. 그때 나는 제일 먼저 지랄스런 기업을 선택했다. 자꾸 전화받기도 싫고 귀찮아서. 빨리 주고 다시 전화오지 않게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에.

 

그러면서 나란 인간이 참 짜증나는거다. 청구한 순서대로 주는 것이 순리일텐데, 지랄한 업체에 먼저 준다니, 어쩜 이러니, 싶은거다.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하다니.. 그러니 다른 업체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어떤 이유로든 ‘나름 큰’ 고객에게 ‘더 많이’ 신경쓰는 거야 당연하겠지. 그것이 일하는 실무자들이 편한 일일테니까. 나 역시 그런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면서, 이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걸 공개적으로 대놓고 자랑하는 걸 보노라니 또 짜증이 났고.

물론 그 자랑하는 마음도 이해가 됐다. 나 역시 내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막 자랑하고 싶어지니까.

 

그러나 이해와 짜증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오늘 새삼 깨닫는다. 이해는 이해고 짜증은 짜증이다!

 

 

2014.06.18

– 일 년이 다 되었으니 이제 그만두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아빠는 경비일을 그만두셨다.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일을 하는중에 받는 스트레스는 분명 있었으니, 이 기회에 좀 쉬자,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는 아빠가 경비일을 하는 것이 몹시도 안타까웠더랬다. 하루24시간 풀근무라니, 그 사이에 자는 시간이 몇 시간쯤 포함된다고 해도 이건 너무나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 말고 뭔가 다른 일은 없을까, 를 생각해봐도 딱히 답은 나오질 않았다. 청소 일은 아빠가 싫다고 하시고… 어쨌든 경비일 하는건 안타까웠다고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제 매일매일 아빠를 집에서 본다는 건 답답한 일이다. 아빠가 일을 하지 않아서 답답한 게 아니라, 아빠랑 내가 부딪칠까봐 답답한거다.

오늘만해도 아침에 일어나기 괴로워하는 나에게 아빠는 빨리 정신차리라며 왜이렇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냐고 말씀을 하시는거다.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앞으로 책 보지 말고 일찍일찍 자라고, 그래야 아침에 힘들지 않게 일어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이 말이 어디 하나 틀린 데가 없고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듣기가 싫었다. 틀리지 않아서 듣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아- 앞으로 아침 저녁으로 아빠한테 이런말을 들어야겠구나, 생각하니 답답해지는거다.

그래서 이 회사를 관둬야겠다는 생각도 잠정적으로 보류해야겠다. 아빠가 재취업할때까지. 나까지 백수가 되서 둘이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면…아….생각만해도 답답하다. 나는 아빠랑 사이도 좋고, 우리 아빠는 정말이지 나쁜 아빠도 아닌데, 아아, 나는 왜 하루종일 마주할 생각에 답답해지는걸까. 이틀에 한 번 아빠를 보는 게 제일 적당했는데… ( “)

 

– 심규선 트윗에서 언팔했다. 내가 언팔을 하든 뭘하든 심규선이 알 바 아니지만, 관심도 없겠지만, 이번 앨범을 듣고서는 으악, 이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트윗을 보고싶진 않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번 앨범 전까지는 내가 심규선의 앨범들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크-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 변덕이 심하구나.

 

– 가만있으면 문득문득, 타미가 보고싶어진다. 아주 어릴 적의 타미와 지금의 타미까지 모두 다. 여동생이 들려주는 타미와의 일화가 무척 소중하다. 하나하나 다 내게는 예술처럼 느껴진다.